건국이래 최대 재건축 둔촌주공 초유의 공사 중단
둔촌주공 재건축은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기존 최대 재건축이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일반분양 물량도 4786가구에 달하는 초관심 단지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5930가구의 노후화된 아파트를 헐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일반 분양 물량이 4786가구에 달해 수십만 명의 예비 청약자가 눈독을 들이는 강남권 단지다.
역대 최대 규모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사진)가 공정률 52%인 상황에서 22년 4월 15일 부터 ‘전면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조합과 시공사 간 사업비를 둘러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양측이 실력 행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만2000여 가구에 달하는 미니 신도시급 단지가 공사 중단에 직면하면서 강남권 주택 공급 일정에 대대적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둔촌주공시공사업단(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에 따르면 시공단은 4월 15일 0시부터 둔촌주공 사업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 자재 등을 철수한다. 아파트 공기가 절반을 넘긴 상황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재건축단지는 둔촌주공이 처음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둔촌주공 일반분양도 무기한 연기됐다.
재건축 지연이 된 요인들
1. 석면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호흡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면 10~50년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2007년 석면시멘트 제품 사용이 금지됐으나, 이전까지는 아파트 등 각종 건물을 짓는데 널리 쓰였다. 둔촌주공의 경우 특히 인근에 학교가 많아 석면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조합과 주민감시단 간의 의견이 갈렸다.
2019년 둔촌주공은 철거 진행 중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철거 작업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나섰고 이 과정에서 3~6개월 예정됐던 철거 기간은 1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2. HUG의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정부 정책도 큰 걸림돌이었다. 둔촌주공은 철거 직후 2020년 일반 분양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3.3㎡당 2978만원으로 통보하면서 또다시 사업이 지연됐다. 당시 조합에선 3.3㎡당 3550만원의 분양가를 예상했던 만큼 “정부안을 받아들여 빨리 사업을 진행하자”는 조합원과 “후분양 등을 노리자”는 조합원 등으로 갈등이 심화했다.
시공사업단은 선분양을 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가 부담이 되므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분양이 필수다
둔촌주공 분양가는 아직 미정이다. 최근 분양가 산정에 기초 자료로 쓰이는 택지비만 ㎡당 1864만원으로 확정됐다. 2년 새 부동산값이 폭등한 덕분에 이 택지비를 기초로 하면 3.3㎡당 3500만~4000만원의 분양가가 산정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공사중단에 대한 조합단 입장
양측은 2020년 6월 조합과 사업단이 맺은 ‘공사 변경 계약’의 효력 인정 여부를 대립 중이다. 기존 조합은 2016년 조합과 1만1106가구(공사비 2조60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9년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가구 수가 1만2032가구로 변경됐고, 이듬해 사업단과 조합은 공사변경계약(1만2032가구·3조2000억 원)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8월 해당 계약을 맺은 조합 집행부 해임안이 가결됐고 2021년 5월 현재 집행부가 선출됐다. 이에 현행 조합은 이전 집행부가 맺은 계약이 “절차적·내용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계약은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결과를 시공사업단이 공개하지 않는 등 적법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합은 최근 2020년 체결한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은 시공사가 분양가 추정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분양 일정 연기 책임도 시공사업단에 있다는 주장이다.
공사중단에 대한 사업단 입장
이에 사업단은 “조합은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공사도급 변경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는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적법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공사비 증액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초기 단계의 상세설계가 없는 민간공사 특성상 사업시행인가도서를 기반으로 조합과의 계약소위원회 협의했다"며 "2019년 10월 도정법 개정으로 인한 공사비 검증과정 등의 적법한 과정을 거쳐 산정한 평단가 계약으로 둔촌주공재건축은 변경계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사 지연에 대해선 “현재까지 조합은 일방적인 설계도서 제공 지연, PVC 창호 확정지연, 공사중지 요청 등을 통하여 9개월 넘게 공사가 지연됐다”고 했다.
이 밖에 분양 일정 지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업단은 “조합은 수차례에 걸친 시공사업단의 분양업무 추진 요청을 무시하며 현재까지도 조합원 및 일반분양 일정 등을 확정하지 않았다”며 “시공사업단으로서는 공사 지속을 위한 더 이상의 자체적인 재원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사업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합원께 매우 죄송스럽다”며 “왜곡된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있는 조합 집행부와 자문위원단을 더는 신뢰할 수 없어 현재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앞으로 전망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 칼자루는 결국 조합이 쥐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합이 기존 현대건설 시공사업단과 계약 해지를 선택할 수도 있고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하고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어쨌든 갑의 위치에 있는 건 조합이다"라며 "다만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이 누군가에게 있는지 따져야 하고 조합에 책임이 있다고 하면 조합원들의 피해가 큰 만큼 쉽게 계약해지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일반 분양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지난 2020년 4월에 일반분양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2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또한 여전히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일반 분양가를 확정할 수 없다.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계약해지 대신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하고 극적으로 타협하더라도 택지조성비 결정 등 분양가 확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계약해지를 결정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건설 시공사업단은 공사중단 이후 계약해지가 이뤄진다면 매몰비용에 대한 청구는 물론 각종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도 들어갈 전망이다.
사업시공단은 그동안 투입한 공사비와 조합에 빌려준 대여금 등 각종 비용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계약해지에 따른 각종 손해배상 소송으로 인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은 계약해지가 이뤄진다면 공사 중단에 따른 책임이 사업시공단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계약 해지에 대한 귀책 사유는 표면적으로 공사 중단이지만 공사 중단의 배경에 결국 공사비 증액 계약이 있다"라며 "이와 관련한 총회가 적법한 절차로 이뤄졌는지, 총회에서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조합원들에게 정확하게 고지가 됐는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적지 않은 사업지로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사업에 선뜻 나설 대형건설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사업이 장기 표류 할 우려가 높다.
출처)
둔촌주공 초유의 사태…"이런 사례는 처음" 전문가들도 손사래
둔촌주공 시공사 “공사 중단은 조합 책임”…유치권 행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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